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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심심해서 법원 방청객으로 갔다온 후기

2024.11.28키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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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없이 집에서 먹고자고 똥싸는 기계로 사는 중인데 


매일매일이 똑같고 게임도 재미없고 도파민 중독에 젖은 삶을 살면서 새로운 도파민 공급처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법원 방청객이라는걸 알게됨.


돈 낼 필요도 없고 남들이 판결 받는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게 흥미로워서 바로 샤워하고 후다닥 법원으로 달려감(사실은 택시타고 감).


가니까 입구에서 공항 출국할때랑 똑같이 소지품 검사하고 무슨 X ray 검사하는 문 통과해서 


내가 법원 내에서 난동을 피울 의도가 전혀 없는 안전한 사람임이 증명이 되면 입장이 가능함. 


가면 1층부터 3층까지 재판받는 방들이 쭉 있는데 모든 방에서 열리는 건 아니고 몇몇 방에서만 판결이 열리고 있었음.


판결 방 앞에는 안내문으로 몇시에 어떤 사람이 어떤 죄목으로 판결을 받는지 간단하게 공지가 되어있음. 


난 그중에서 형사재판 받는 방에 들어감.


들어가니까 직원이 어떤 일로 왔냐고 묻길래 방청객으로 왔다니까 빈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된다고 안내받고 끝자리에 앉음.


재판장 구도는 대충 이렇게 되어있더라. 


 

재판 시작되면 판사가 피고인(범죄자) 불러 세워서 나이 직업 거주지 말하라고 함. 

그리고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 쭉 읽어주고 인정하는지 여부 같은거 물어보면 피고는 쥐죽은 목소리로 네....네... 만 반복.

그리고나서 검사가 구형하면 판사가 최종 선고일 잡아주고 피고인은 귀가시키는게 일반적이었음.

어떤 사건은 그 자리에서 바로 판사가 징역 때려버리고 교도관들이 나와서 바로 연행해가기도 하더라. 


방청하면서 별에 별 사람들을 봤는데 기억에 남는 케이스들을 적어보자면


1. 공익 근무 중 무단이탈 밥먹듯이 해서 재판에 넘겨진 20대 후반 남자

2.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 협박한 할아버지 

3. 음주운전한 대학생 

4. 불법체류자한테 월급 안줘서 돈 3천만원 가량 밀린 사장님 

5. 친구랑 술먹다가 화나서 소주병 벽에 던져서 깨고 그걸로 친구 위협한 남자


특히 기억에 남는건 2번 케이스. 왜냐면 저 할아버지는 딱 봐도 나이가 한 80대 혹은 그 이상으로 굉장히 많아 보였고 

걸음걸이도 불편한데다 귀도 안들려서 헤드셋 끼고 재판 받았음. 

저렇게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어려운 사람이 어떻게 아내를 폭행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고 

그렇게 폭행 당하면서 산 할머니는 얼마나 삶이 괴로웠을까 했음. 

그 할아버지는 집행유예 받고 집에 돌아가게됨. 집유 받았다고 그 할아버지가 과연 폭행을 멈출까? 죄를 뉘우치고? 글쎄다.

그저 할머니가 남은 일생 편안히 살 길 바랄 뿐.


재판 다 끝나고 나와서 다른데 또 하는거 없나 둘러보다가 민사재판 쪽 하는데 있길래 가봤는데 거기가 ㄹㅇ 진국이었음.


형사재판은 죄수들이 판사한테 싹싹 빌러가는 자리라면 민사재판은 억울함을 호소하러 가는 자리였거든.

그렇기에 진짜 법률 영화처럼 고성이 오가고 변호사가 자료 제시하면 증인은 얼굴 시뻘게져서 " 아 변호사님 그게 아니고 내 말 좀 들어보소" 하면

변호사가 "아니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시라고요" 하며 둘이 엄청 싸움. 뒤에서 보는데 전율이 돋을 정도로 재밌었음. 


여튼 그렇게 마지막까지 재판 다 보고 집에 옴. 


여전히 나는 변함없이 밥똥딸만 반복하는 백수지만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안입히는 모범시민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자부심은 갖게 됨. 


집에서 할거 없거나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은 재판 방청객 체험 해보고 오는걸 추천함.

갔다오면 많은 생각이 들면서 자기성찰도 되고 '그래도 내 인생이 쟤들보단 낫네'하는 일회용 안도감도 갖게됨. 

솔직히 남의 불행이 그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음. 그 어떤 게임 야동보다 자극적이고 강렬함.

남의 불행을 즐기는게 뭐가 좋냐고도 할 수있지만, 범죄자 입장에서야 불행이고 사회적 입장에선 심판이기에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그런 죄책감은 가질 필요도 없으니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음. 



이상 법원 방청객 탐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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