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방' 사건 동원된 위장수사… 6월부터 성인 성범죄 수사도 가능
오는 6월부터 피해자가 전부 성인인 디지털 성범죄에도 위장수사 기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위장수사는 역대 최대 규모 디지털 성착취 범죄인 '목사방' 사건의 총책 김녹완(33) 검거에 크게 기여했던 수사 기법이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오는 6월4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시행으로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도 경찰이 위장수사 기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아동과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인정하던 위장수사(신분 비공개 수사, 신분 위장 수사)를 성인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긴급한 경우 사전승인 없이 신속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2021년 9월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는데 경찰 신분을 드러낸 채로 가해자 접촉이 쉽지 않은 현실이 반영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수사기관의 위장수사 기법을 제도화한 법령은 청소년성보호법뿐이다.
위장수사는 크게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는 '신분 비공개 수사'와 구매자나 판매자 등 아예 다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 위장 수사'로 나뉜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고 신분 위장 수사 역시 검찰을 거쳐 법원 허가를 받아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경찰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위장수사의 효과는 입증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찰은 위장수사 586건을 실시해 1526명을 검거했다. 위장수사를 통해 구속한 인원도 110명에 이른다.
텔레그램 성범죄 조직 자경단 총책 김녹완 검거 과정에서도 위장수사가 활용됐다.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들은 김녹완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진 속 배달 음식 포장지와 음식점 장소를 집중 분석했다. 이를 단서로 삼아 피의자들의 행적을 추적했다.
도입 초기 제기된 우려와 달리 위법한 남용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경찰청 주관으로 실시한 위장수사 현장점검 결과 수사 과정상 위법·남용 사례는 0건이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가 성인과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데도 성인 대상 범죄는 위장수사할 수 없어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대 졸업생 40대 박모씨가 대학 동문을 대상으로 벌인 '서울대 N번방' 사건은 피해자가 모두 성인 여성이어서 경찰의 위장수사가 불가능했다. 잠입이 가능한 민간 활동가 '추적단 불꽃' 등과 협업 체계를 갖춰 움직여야만 했다.
목사방 피해자 중에서도 성인 피해자는 75명으로 전체 234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2020년 검거된 조주빈이 운영하던 박사방의 피해자 73명 중 성인 피해자가 57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라고 해도 미성년자 피해자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위장수사가 가능했지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피해자가 전부 성인인 경우에도 법률에 근거해서 수사관들이 위장수사를 할 수 있어 부담감 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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